카메라를 어깨에 둘러맨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들꽃을 찾아 산이나 들로 쏘다니다 보면 만나지는 못했어도 꼭 담아보고 싶은
녀석들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서식하고 있는 장소나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추어 찾아가면 만날수야 있겠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우연히 만나는 그 기쁨이야말로 무엇에 비할까.
더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장거리 출사가 어려운 나로서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들꽃을
보면서 나도 저런 멋진 모습들을 담아 봐야지 하는 마음속 목록으로만 남겨놓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타래난초다.
얼마전 봐 두었던 멍석딸기꽃이 지금쯤은 열매가 맺혀 익었으리라 생각이 들어
망우산을 다시 찾았는데, 멍석딸기는 채 익기 전이었고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는순간
바람에 흔들리는 빨간꽃이 눈에 들어왔다.
타래난초였다.
외떡잎식물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 이삭이 실타래처럼 꼬이며 밑에서 부터 피어 오르는
타래난초.
꼭 만나고 싶었었는데 서울에서,그것도 내가사는 뒷산에서 야생 타래난초를 만날수 있었다니,
녀석을 보는순간 입에서 아... 하는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주로 묘지 부근에서 조그만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사진으로만 보다가 처음본 녀석은
청초 하면서도 몹시 여리게만 보였다.
꽃대를 비비틀어올린 빨간꽃은 어느꽃 보다도 더 아름다웠으며
내가 찾고자 하는것은 결코 멀리 있는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망우산에 핀 타래난초들